이론 01잠재후원자 모금이 중요한 이유


2-1. 성장하는 조직의 비결

집 근처에 늘 사람이 붐비는 밥집이 하나 있어요. 매일 그날의 메뉴가 달라요. 식당 앞을 지나가는데 입간판이 눈에 띄더라고요.  카카오톡 채널 친구추가를 하면 매일 아침마다 오늘의 메뉴가 뭔지 보내준다고 써있었어요. 궁금해서 접속해봤는데 카톡 친구가 무려 6천 명이 넘었어요.

놀랍지 않나요? 동네 밥집 중에 카톡 친구를 수천 명 보유한 가게가 전국에 과연 몇 개나 될까요? 손님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가게가 있는 반면, 어떤 가게는 동네 사람들 6천 명의 휴대폰에 푸시 알림을 보내 오늘의 메뉴를 홍보하며 방문을 유도하고 있어요. 제가 계속 관찰해봤는데 매월 200명씩 카톡 친구가 늘더라고요. 

이 가게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언제든지 돈으로 교환될 수 있는 잠재고객 6천 명이라는 자산(Asset)을 보유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산이 매월 증식되고 있고요. 마르지 않는 안정적인 고객 풀을 구축했어요. 이렇게 든든한 자산을 보유하게 된 비결이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카톡 채널을 개설하고 친구를 모으기 위한 입간판을 세우기로 한 것, 그 작은 의사결정이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에요.


2-2. '군중'은 잠재후원자가 아니다

소비자 입장이 되어서 기부라는 상품의 속성을 생각해볼게요. 기부 상품은 자연적으로는 구매 니즈가 발생하지 않는 특수한 상품이에요. 우리가 쇼핑을 할 때는 가만히만 있어도 필요한 물건이 생기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소비를 합니다. 휴지가 떨어지면 휴지를 사고, 휴대폰이 망가지면 새 폰을 삽니다. 하지만 기부는 그렇지 않아요. "기부해야겠다"는 니즈가 자연적으로 생기는 일은 극히 드물어요. 

그래서 기부가 있으려면 요청(Asking)이 먼저 있어야 해요. 평소에는 별생각이 없다가 지인으로부터 "OO님, 이런저러한 자선 사업을 위해 10만 원을 기부해주십시오"라고 연락이 온다면 그제서야 기부를 할지 말지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 일이 의미있어 보이는지? 10만 원을 낼 만큼 마음이 동하는지? 이번달 내 주머니 사정은 괜찮은지? 등을 말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OO님"이라고 대상을 특정해서 호명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길을 걷던 행인이 심정지로 쓰러진다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겠죠? 누군가는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119에 신고해야 하는데요. 그럴 때 응급 전문가들은 "빨리 아무나 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라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외치지 말라고 해요. 군중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멈칫멈칫 시간을 보낸다는 거예요. "거기 파란 옷 입은 여성분, 119에 신고해 주세요"라고 대상을 특정해서 요청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모금도 마찬가지예요. 예컨대 밖에 나가서 "여러분!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후원에 동참해주세요!"라고 외치면 다들 쌩 지나갈 거예요. 그런데 "거기 모자 쓴 남성분, 잠깐 시간되세요? 혹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한 긴급 모금에 월 1만 원씩 후원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말한다면 전혀 다른 전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법칙은 디지털 모금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처음부터 크라우드펀딩식으로 모금하면 자칫 실패할 수가 있어요. 고관여 잠재후원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서 상당량의 목표액을 먼저 채우고 나머지 금액을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여 메꾸는 것이 좋아요.


2-3. 모금의 경쟁력, 잠재후원자 명부

대상을 특정해서 요청하는 게 왜 중요한지 아셨죠? 그럼 잘 생각해보세요. 누군가를 특정해서 후원을 요청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네, 요청을 받게 될 사람들의 명단, 즉 잠재후원자 명부가 있어야 합니다. 잠재후원자 명부는 잠재후원자의 이름과 연락처(이메일 주소, 휴대폰 번호 등), 그리고 그분의 유입경로 등이 기재된 리스트를 말해요. 우리 조직은 잠재후원자 명부가 있나요? 그 명부에는 몇 명이 존재하나요? 다음 3가지 유형 중 우리 조직은 어디에 속하는지 생각해보세요. 


  • [유형1] 기존 후원자를 제외하면, 보유한 잠재후원자 연락처가 거의 없다.
  • [유형2] 잠재후원자들의 연락처가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지만, 여러 엑셀파일 등에 흩어져 있어서 이를 취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 [유형3] 잠재후원자 연락처가 한 곳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모금에 필요한 명단을 신속히 뽑을 수 있다.


후원요청 대상자의 명단을 뽑으려 할 때 [유형1]처럼 잠재후원자 명부가 없다면 결국은 기존 후원자들에게 정기후원 증액 또는 일시후원을 다시 요청할 수밖에 없어요. 매년 이렇게 모금하는 조직이 아주 많습니다. 이같은 모금은 마른 수건을 반복해서 짜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오늘부터 바로 잠재후원자 연락처 수집에 나서야 합니다.

[유형2]는 사업 과정에서 접촉하는 잠재후원자들의 연락처는 획득하고 있는데 이것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경우에요. 연락처가 직원들 각자의 PC에 저장되어 있거나 여러 엑셀파일에 흩어져 있는 것이죠. [유형1]보다는 나은 경우이지만, 마치 정리가 안 된 옷장처럼 나중에 명단을 찾으려 할 때 못찾는 경우가 많고 이게 무슨 파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해요.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직원이 퇴사하면 바로 분실됩니다. 모금할 때가 되면 흩어진 명단을 다 모아서 하나의 파일로 정리하고 그 가운데 이번 모금에 필요한 분들만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너무 고된 일이라 엄두가 나질 않죠. 사실상 [유형1]과 다를 바가 없는 상태에요. 조직 내 담당자를 정해서 미리미리 옷장을 정리하고, 종류별로 분류해서 어떻게 보관할지, 버릴 옷은 무엇인지 내부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유형3]은 잠재후원자 연락처를 어떻게 기록하고 보관할지 내부 정책이 있는 조직이에요. 보통은 후원자 관리 솔루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곳에 일괄적으로 잠재후원자 연락처를 저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연락처를 입력할 때 유입경로, 내부 분류값 등 무슨 데이터를 덧붙여 기록할지 미리 정책을 세워두고 이를 위해서는 연락처를 받는 입력폼에 무슨 필드를 만들어놓아야 할지 생각합니다. 이렇게 연락처 수집과 보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놓은 조직은 추후 모금 캠페인을 진행할 때 타겟팅할 대상자를 쉽게 뽑을 수 있어요.


2-4. 잠재후원자 숫자가 모금액을 결정한다

잠재후원자는 우리 조직 입장에서는 곧 후원자가 되려고 대기 중인 분들이에요. 어떤 물건을 출시할 예정인데 출시 알림을 받겠다고 예약한 사람이 많다면 이 물건은 잘 팔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죠? 이처럼 잠재후원자가 최근 늘고 있다면 곧 후원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습니다. 반면 잠재후원자가 줄고 있다면 후원자가 감소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경고로 읽어야 해요. 현재의 잠재후원자 수는 미래의 후원자 수를 예측하는 선행지표에요. 열심히 잠재후원자를 발굴해서 선행지표를 올려놓으면 후행지표인 후원자 수, 즉 모금액이 따라서 오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어떤 비영리단체를 만났는데요, 매년 모금이 성장하던 곳이에요. 그런데 최근에 후원자 성장세가 감소로 들어선 거예요. 여러 가지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코로나가 터진 이후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사업이 대폭 축소되었고 이 때문에 신규 잠재후원자 수가 급격히 감소한 상황이었어요. 그 시점부터 후원자 수도 따라서 줄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잠재후원자 수를 반등시키기 위한 액션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어요. 코로나 이후에 온라인 상에서 잠재후원자 연락처를 발굴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던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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