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직접 잠재후원자 모금을 실행하고 있는 분들에게 물었습니다. “잠재후원자 모금 말고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참여한 패널분들은 한 목소리로 잠재후원자 모금이 가장 효율이 좋고 검증된 방법이라고 답했습니다. 어려워지는 모금 환경 속에서 왜 잠재후원자 모금을 추천하는지, 잠재후원자와 소통할 때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현장전문가 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봅니다.
좌담회 참석자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송정윤 (인권재단 사람 콘텐츠팀장), 이계정 (참여연대 시민소통국장), 장지은 (서울환경연합 시민참여팀장), 백성주 (누구나데이터 고객성공팀장),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 : 오늘 시간을 내주시고, 선뜻 책 출판에 대해서도 동의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처음 잠재후원자모금포럼을 시작할 때부터 책을 발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모금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 맞는 모금 바이블 도서가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이미 현장에서 그런 지식들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을 모셨기 때문에, 생생한 이야기들을 기대합니다. 사례 발표 이후에 각자 성장하거나 새롭게 시도해본 부분들을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계정 참여연대 시민소통국장 : 오늘 쟁쟁한 분들이 모이셔서, 제가 먼저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잠재후원자 모금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저는 참여연대에서 충분히 경험했고, 조직 내부에도 ‘잠재지지자를 확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잠재후원자 모금이 과연 10년 뒤에도 유효한 방법일까요? 몇 년간 잠재후원자 데이터를 모으고 전화모금을 해서 큰 성과를 경험했는데, 앞으로도 이 방법이 계속 유효할지, 혹시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지 제가 고민이 되어 먼저 여쭤봅니다.
김자유 : 요즘 AI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10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하면 안 될 것 같지만(웃음)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매체는 계속 바뀌어 왔잖아요. 그에 따른 방법론은 달라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잠재후원자를 육성하고 그들에게 요청을 잘 해야 한다는 사실은 불변하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20년 전에도 정답이었고 지금도 정답인데, 여전히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들이 너무 많죠.
지금 시점에 ‘잠재후원자 모금’이 재해석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제 디지털 시대가 됐잖아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온라인에서 잠재후원자를 찾고 관리하는 일을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어요. 과거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이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겁니다. 그래서 저는 디지털 시대의 모금이란 결국 잠재후원자 모금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잠재후원자 모금을 추천하는 이유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 뉴웨이즈는 창립한지 얼마 안 된 작은 팀이라, 잠재후원자 모금을 알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저희가 다음 주에 연말 후원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주 내내 많이 이야기를 나눈 건 지지자 그룹인 뉴웨이즈 빌더 분들이 올해를 어떻게 보내고 있고, 빌더 분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같이 하자고 설득해야 될까를 가장 많이 이야기 나눴어요. 예를 들어 내년에 총선이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관심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잖아요. 그럴 때 뉴웨이즈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이나 감정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어떤 마음으로 소통해야 참여의 허들을 낮출까? 늘 이렇게 고민하며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요.
‘1년에 딱 한 번씩 디지털 방식으로 지지자 그룹을 꾸준히 모아서 그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고 설득한다’는 전략은 저희에게는 계속 유효할 수밖에 없는데, 커뮤니케이션 매체나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고 당연히 전제를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지지자들의 경험, 감정, 관계는 쉴 새 없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메일 한 번 보내면 후원을 감사하게도 많이 해 주셨지만, 지금은 또 달라질 수 있는거죠. 작년에는 뉴웨이즈가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해 주신 분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고 최근에 뉴웨이즈를 알게 된 분들도 많고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할까 생각을 하면서, 경험과 관계를 먼저 선택하고 매체와 방식은 그 다음에 선택하는 식으로 뉴웨이즈는 하고 있습니다.
장지은 서울환경연합 시민참여팀장 : 올해 서울환경연합은 디지털 모금 캠페인을 시도해봤어요. 디지털 광고나 콘텐츠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바로 후원요청하는 방식의 캠페인인데, 확실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더라고요. 기획도 중요하지만 온라인에서 효율을 잘 내기 위해서는 광고비 예산이 관건인데, 작은 단체는 그만큼의 예산을 투자하기 어려워 모금 경쟁력을 갖기 힘들어요. 잠재후원자 모금이 확실히 비용이 절감되고 굉장히 좋은 방식이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아마 앞으로는 더 많은 단체들이 디지털 모금을 시도하고, 경기는 갈수록 어려워져 온라인에서 바로 후원요청하기가 많이 어려워질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서울환경연합은 잠재후원자 모금만이 돌파구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의 타겟을 더 확장시키고 서울환경연합으로 모이게 할지, 이들의 니즈를 해소하는 모금 명분은 무엇인지, 이메일·전화 이외에 후원요청 채널을 어떻게 다양화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시민들도 후원을 결정할 때 전보다 똑똑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시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같은 규모가 작은 단체는 큰 단체와는 모금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방향으로 요청하는 TV모금, 디지털 모금 등 기존 방식보다는, 작은 단체일수록 우리만의 고객을 찾아 데이터를 쌓고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후원자로 전환시키는 잠재기부자 모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단체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후원 유지율도 상승하고, 잠재후원자와 소통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요.
송정윤 인권재단 사람 콘텐츠팀장 : 저희는 주로 상근자가 1~2명인 작은 인권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이 단체들은 규모는 작아도 토론회도 하고, 백서도 만들고 활동을 정말 많이 해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행사에 참석하거나 발간물을 보는 분들이 활동에 가장 관심이 있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리드 수집을 하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 못하는 게 현실인 것 같아요.
이미 관계가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을 넘어서, 우리 단체를 지지해줄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고, 그 사람들의 가치관과 잘 맞는 장을 열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는 관점의 전환부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점만 바뀌면 요즘은 자동화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많은 단체들이 충분히 잠재후원자 모금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최근에 인권센터 설립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면서, 어떤 가치를 심어줘야 사람들이 여기에 후원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그럴 때 제일 먼저 기댈 수 있는 것은 기존에 저희 소식을 받고 있었던 잠재후원자들일 수 밖에 없거든요. 이전에 후원은 안 하셨지만 메일을 최근에 열어보셨던 분들, 혹은 일시후원이라도 한번 참여해보셨던 분들, 이런 분들의 정보가 굉장히 중요했고 실제로 모금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자원이 됐기 때문에 저희는 앞으로도 잠재후원자 모금을 더 확대하고, 전략적으로 공부도 하면서 진행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계정 : 저희는 올해 1년 동안 잠재후원자 기반 전화모금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큰 성과를 경험했어요. 올해 총 7가지 활동 주제로 지지자 분들을 찾고 전화모금으로 회원가입 안내를 요청드렸는데, 각각의 주제로 전화캠페인을 하기 전에 ‘이 주제는 안 될거야’라는 불안함도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진행을 하면 할 때마다 계속 그 전의 성과를 넘어서는 경험을 했어요.
저희 스스로도 너무 놀랐는데, 이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출발점이 있더라고요. 앞에서 다른 분들이 말씀해 주신 바로 그 내용입니다. 우리 활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우리가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마음을 담아 잘 알려드리고, 지지자 분들에게 여러분들이 우리와 같이 활동해나가는 동반자이니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힘을 달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저희가 아카데미느티나무 수강생분들 대상으로도 전화모금을 진행했어요. 이분들은 참여연대 회원이 되면 30% 수강 할인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원가입을 안 했던 분들이에요. 그래서 전화로 회원가입을 요청드린다고 해서 회원가입을 얼마나 해주실까? 싶었거든요. 저희가 ‘참여연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좀 더 해결해 나가는 활동을 하는 곳이고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는 곳입니다’라고 요청을 했을 때, 본인들이 공부하는 이유와 참여연대의 활동이 연결되면서 많은 분들이 후원을 결심해 주시더라고요. 전화모금을 진행하면서, 잠재지지자 분들이 세상을 바꾸는 참여연대 활동에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가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백성주 누구나데이터 고객성공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일을 할 때 후원하는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1년 반 동안 질적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그 질적 연구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후원하는 후원자분들이 후원을 시작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통계에서 시작이 됐었습니다.
1년 반 동안 질적연구를 해봤더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활동을 하면서 가치관이 바뀌고, 교육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자녀와 관계가 좋아져서 사교육비를 필요 이상으로 지출할 필요가 없어져서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내용 중에서 놀라운 것이, ‘그렇게 변화될 수 있게 큰 영향을 준 게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연말 모금 편지'를 꼽으셨어요.
왜냐하면 모금 편지에 우리가 할 일들이 가장 구체적으로 담겨 있잖아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어려움은 무엇이고,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는 간절한 요청들이 잘 담겨있는 것이 모금 편지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 편지를 통한 초대의 과정에서 성장과 변화를 했다고 답변을 하신거죠.
모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제가 깨달았어요. 우리가 굉장히 좋은 활동을 많이 하는데, 이걸 전문가의 언어라든가 우리 활동가의 언어, 모금이 필요한 어떤 주체의 언어로 계속 설명을 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그래야 그쪽에서도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고 참여를 하는 데 더 큰 동력이 되는구나라는 걸 분명하게 알게 됐죠.
잠재후원자와 소통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백성주 : 제가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10년 넘게 제가 모금 현장에서 애쓰면서 배운 모범 답안들이 뉴웨이즈의 모금 캠페인에 다 들어가 있어서 놀라웠어요. 혹시 잠재후원자모금포럼 강의 이후에 뉴웨이즈에서 진행한 모금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혜민 : 저희가 작년 초에 첫 후원 캠페인을 하고 누구나데이터에서 강의를 했고, 이제 세 번째 모금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첫 모금 때는 정말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신장개업 효과도 있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첫 번째 모금 캠페인을 할 때는 저와 민해님이라는 2명의 멤버가 있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서, 멤버들이 잠재후원자와 쌓았던 라포에 기반해서 ‘우리 신뢰하지?’라고 설득하는 것이었어요. 무엇을 앞으로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우리가 계속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라고 설득하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그 이후에 조직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어요. 지방선거가 끝나고, 2명이서 고군분투했던 프로젝트 형식의 비영리임의단체에서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사람들을 다시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창립총회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종류의 성장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지 처음 선보이는 시간을 가졌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번 모금에서는 이전처럼 ‘우리를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우리는 이런 세계를 만들기로 결심했으니 이걸 같이 만들자’고 제안하는 언어를 쓰자고 이야기를 했죠.
저희는 잠재후원자라는 말보다는 ‘커뮤니티’라는 말을 쓰는데, 후원자가 후원자를 데려오고 설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커뮤니티 안에서 명확하게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그것이 굉장히 자랑할 만한 경험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랑하기 좋은 언어나 환경을 저희가 만들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첫 모금 캠페인 이후로 가장 중요했던 변화는 저희가 더 이상 후원자라고 부르지 않고 ‘뉴웨이즈 빌더’라고 부르게 된 부분이에요. ‘빌더’라는 말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후원자 분들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우리 무슨 관계 같아요?’, ‘후원자들이 모여 있으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요?’ 이런 것부터 ‘내가 친구들에게 뉴웨이즈를 알리기 위해 가장 좋은 매체는 무엇이에요?’, ‘어떤 정보들을 받아보고 싶으세요?’ 이런 것들을 다 물어봤어요.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좋은 브랜드와의 팬덤 관계 같다는 이야기도 하고, ‘우리는 관계성이 조금 나란히 옆에 서 있네’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2022년도에는 빌더라는 정체성을 사랑하게 만드는 데 좀 집중을 했어요. 빌더 분들에게 ‘이제부터 여러분들이 빌더에요’라고 계속 불러드렸고요. 인스타그램에 ‘뉴웨이즈 빌더’ 계정도 따로 만들었어요. 빌더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각각의 개인들이 뉴웨이즈를 왜 후원하는지, ‘나는 정치가 이거라고 생각해서 뉴웨이즈를 후원하고 있어’ 하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어요. 저희가 커뮤니케이션 파트에서 항상 고민하는 게 ‘빌더 분들의 언어를 먼저 쓰자’는 것이거든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우리와 같이 하는 그룹이니까, 이 사람들의 언어로 말하고, 이 사람들의 얼굴로 설득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걸 보면서 서로가 ‘이 사람도 빌더야? 멋있다’, ‘이런 멋진 커뮤니티에 있다니 자랑스러운데?’, ‘뉴웨이즈 후원하는 사람들은 다 멋지네!’라고 느끼게 하고, 그렇게 느끼게 되면 또 자연스럽게 내가 빌더인 것을 공유하게 되잖아요.
올해 어디 발표하는 자리에 가게되면, 수줍게 빌더 양말을 보여주시면서 ‘저 빌더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꼭 있었어요. 뉴웨이즈는 개발팀이나 같이 일하는 외주 파트너 분들도 빌더들이 많거든요. 파트너를 소개 받을 때도 ‘그분도 빌더에요’ 이렇게 연결되는 경우도 많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이 연결되는 걸 보면서 작년에 그렇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장지은 : 서울환경연합이 올해 새롭게 시도를 한 부분을 말씀드리면, 저희가 올해 초에 <불편클럽> 이라는 일시후원과 시민참여가 결합된 캠페인을 기획했어요. 행사 부스에서 시민들을 만나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챙기고 매번 실천하는 게 어렵지”, “지인들과 함께 있을 때 아무래도 불편하지”라고 많이 말씀하세요. 몇몇 분들은 외로움을 느끼시기도 하지만 결국엔 “그래도 해야지”라고 하시거든요.
이렇게 지구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 자신의 불편함을 ‘즐기는’ 사람들을 <불편클럽>이라는 커뮤니티로 모이게 해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캠페인 내용과 연결된 갖고 싶은 ‘리워드’를 제작해 새로운 잠재후원자를 유입시키기 위해 기획한 캠페인이예요. 이 캠페인의 주요한 목표는 기존의 잠재후원자를 제외한 새로운 리드를 수집하고, 캠페인 전체 참여자의 15% 이상을 정기후원자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초기에 최대한 새로운 참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참여 명분과 동기부여를 어떻게 줄 것인지, 리드가 ‘의미있는 행동’을 하게끔 독려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리의 영향을 벗어난 오프라인에서도 참여자가 즐겁게 실천할 수 있도록 키트와 터치 포인트들에 어떤 넛지 효과를 활용할지도 고민했고요. 키트는 봉투, 목표수행 종이, 스티커, 북마크 자석 등으로 구성하고, 우리 어렸을 때 붙였던 포도나무 칭찬 스티커처럼 실천 후 스티커를 붙임으로써 결과물이 완성되게끔 디자인을 했어요. 그리고 원래 해빗 트래커 종이도 컨셉에 맞춰 디자인 됐었는데, 모두 제거하고 참여자가 직접 스티커를 붙여 나만의 DIY 트래커로 꾸밀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추가했어요.
후원요청 메시지도 불편함을 실천해 본 사람들에게 허무한 감정을 주지 않도록 개인의 참여로 바꿀 수 있는 영역과 후원을 통해 바꿀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하고, 서울환경연합의 역할을 정의해 주는 방향으로 잡았어요.
결과는 다행히 신규 잠재후원자가 전체 캠페인 참여자의 70% 이상이었어요. 그리고 확실히 기존 시민참여 캠페인이나 서명참여, 보고서 다운로드를 한 잠재후원자보다 후원전환율도 높았고요. 확실히 여러 주차 동안 캠페인에 같이 참여하면서, 저희가 보내는 메세지들도 계속 받아보셨던 분들이니까, 전화로 후원요청을 했을 때도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확실히 소액이지만 일시후원도 해보시고 나니까 정기후원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서, 향후에는 이렇게 소액이라도 일시후원도 경험할 수 있는 캠페인이나 행사들을 기획해보려고 합니다.
이계정 : 말씀해주신 것에 이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단체마다 리드를 육성하는 방식은 다 다른 것 같아요. 서울환경연합이나 뉴웨이즈의 방식은 정말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캠페인 여정 안에서 참여자들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마련해주는 캠페인들이죠.
그런데, 저희가 막상 기획을 하려고 하면 공이 많이 들고 기획도 굉장히 꼼꼼하게 해야 해서, 어려운 부분들도 있더라고요. 저희가 올해 전화 소통을 하면서 확인한 것은 온라인 서명이 생각보다 엄청 큰 액션이라고 느꼈어요. 처음에는 온라인 서명은 쉽게 참여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전화를 해보니까 내가 무슨 서명을 했는지 거의 기억을 다 하시더라고요. 그에 반해 오프라인 서명자들은 내가 참여한 서명을 기억 못 하시는 경우가 오히려 많았어요.
장지은 : 맞아요. 저희도 시민참여 캠페인에 집중하는 건 효율이 가장 좋았기 때문인 건데, 단체 활동 영역에서 큰 이슈가 터졌을 때는 서명도 우리의 적극적 지지자를 모을 수 있는 방식이 되거든요. 최근에 환경 정책들이 퇴보하는 일들이 많고, 사람들이 많이 화가 나 있는 상황이예요. 이때에는 서명으로 많은 분들을 우리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이분들에게는 빠르게 소통을 하면 좋겠다고 해서 열심히 서명 참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저도 잠재후원자모금포럼 강의 이후에 서울환경연합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많은데, 모금 관련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어떤 걸 챙겨야 하는지, 몇 명이서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질문을 하시는데 사실 저도 질문을 받으면 딱 뭐라고 답변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저희도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그냥 해왔을 뿐인데(웃음), 잠재후원자 모금의 전반적인 과정을 듣자마자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큰 고민이에요. 저희도 지금 담당자나 예산이 여전히 많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판단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 같아요. 이제 시작하는 단체에서는 우리의 타겟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고 그들을 많이 모으는 것, 리드 수집을 최우선적으로 실행하고 여기에 집중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계정 : 참여연대 사례를 듣고도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강의를 하다 보면, 저희는 쭉 과정을 경험한 다음에 결과를 보여드리는 거니까, 결과만 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엄두가 안 난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저도 뉴웨이즈나 서울환경연합 사례를 보면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통으로 한 번에 접하면 엄두가 안 나는 것 같아요. 차분하게 한 단계 한 단계 하다 보면 어느새 되어있는 모습을 발견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잠재후원자 모금할 때 유의할 점
박혜민 : 다른 단체에서 뉴웨이즈랑 유사하게 모금 캠페인을 하시는 경우를 볼 때가 있거든요. 뉴웨이즈처럼 해도 성과가 안 나온다, 이렇게 얘기하실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제가 드리는 얘기는 ‘저희가 진행하는 캠페인 방식은 뉴웨이즈라는 단체의 본질, 코어에서 나온 건데 그걸 형식만 똑같이 한다고 되기가 어렵다’고 말씀을 드리죠. 예를 들면 팬덤 관계나 이름 붙이기의 경우에도 그 형식만 가져가면 안 먹힐 확률이 높겠죠.
그래서 잠재후원자 모금으로 강의를 하면 꼭 말씀드리는 것이, 우리 단체 활동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할 건지, 무엇을 할 건지’를 조직에서 명확하게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본질이 먼저고, 그것과 연결된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설정해야지, 방식만 보고 일단 해볼까? 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말씀드려요.
장지은 : 사실 저희도 후원회원 네이밍을 만들려고 시도를 해봤는데, 잘 안됐거든요. 단체마다 적용을 해도 똑같은 결과가 안 나오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처음 잠재후원자 모금을 할 때 기존에 안정적인 채널들도 가져가면서 저희 단체에 맞는 캠페인 방식을 계속 찾았고, 그 과정에서 발전되고 여러 시도 끝에 성과를 낼 수 있었어요.
송정윤 : 너무 공감이 되서 한마디 보태면, 홈페이지에 폼을 띄우고 리드를 수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그 리드로부터 어떻게 성과를 만드는 지는 알려주는 곳이 잘 없어요. 물 위에 떠있는 백조는 보이는데 수면 아래서 백조의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잘 안 보이는 거죠. 저희도 성소수자 응원 캠페인을 하면서 리드 수집을 1,500명을 했는데, 그 다음 단계를 아무것도 정해놓지 못했었어요. 이분들과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보내고, 캠페인과 잘 맞는 후원 제안을 했어야 했는데 당시엔 거기까진 여력이 없었죠. 나중에 캠페인 다 끝나고 후원요청을 해보니 ‘생각보다 후원으로 전환이 잘 안 되네’ 하면서 그때 가서야 발견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작업을 모두 수동으로 하는 건 정말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어려운 것 같아서 올해는 기술적인 개선을 했어요. 잠재후원자를 어디서 만났고, 이분이 무슨 콘텐츠를 봤고, 어떤 캠페인에 후원했는지 등 이력이 시스템에 자동으로 기록되도록 구축했어요. 모금 캠페인 기획시 이런 자료를 참고하여 더 나은 요청을 할 수 있어요. 모금팀은 후원자 데이터만 보고, 컨텐츠팀은 구독자 데이터만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걸 통합한 거죠.
조직에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1년에 4개 캠페인을 하는데 잠재후원자만 모으고 후원 요청은 못할 것 같으면, 과감하게 캠페인 갯수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캠페인을 시작할 때부터 이분들에게 몇 차례의 레터를 보내고, 언제 전화를 해서 얼만큼의 비율로 후원을 달성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이 계획을 잘 실행하는 게 내년의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하는 모금 고민
박혜민 : 저희는 올해는 총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모금 캠페인을 곧 진행할 예정인데, 처음으로 캠페인 슬로건을 잡아 봤어요. 그게 ‘LOVE POLITICS’, ‘정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인데, 이번 캠페인의 가장 큰 목표는 뉴웨이즈가 이번 총선을 어떤 메시지로 돌파할 것인지 알리는 것이에요.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까 후원해주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메시지와 태도로 총선을 돌파할지 조직의 미션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설정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기존에는 정기후원만 목표를 세웠었는데, 캠페인을 더 확장하는 방식으로 일시후원을 적극적으로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걸 체감하고 있고, 저희 후원자 분들이 대부분 20~30대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까 일시후원도 이번 캠페인의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저희가 연말 후원 캠페인을 보면 2021년도는 ‘뉴웨이즈를 도와주세요’였고, 2022년도는 ‘이렇게 할게요’ 였어요. 2023년은 우리가 약속대로 세계관을 다 그렸고, 뉴웨이즈만의 태도로 총선을 돌파해 나갈 것이다, 그 메시지의 핵심은 ‘정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메시지를 함께 확산하자, ‘이 메시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이 커뮤니티에 더 많은 사람들을 데려와야 우리가 세운 세계관을 구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진행하려고 해요. 그래서 굿즈도 이전에는 캠페인이 다 끝나고 보내드렸었는데, 이번에는 주별로 배송을 진행해서 빌더 분들이 굿즈를 활용해서 우리의 메시지를 확산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하고, 더 메시지를 퍼뜨리는 방식으로 구상을 하고 있어요.
백성주 : 참여연대도 올해 전화모금 강의를 해 주셨을 때, 2개 정도의 주제로 전화모금을 진행하고, 올해 계속 다른 주제로도 모금을 진행오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성과나 내용이 어떠셨는지 공유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계정 : 저희가 올해 4월까지는 대통령실 이전 의혹, 공공병원 확충, 검찰보고서를 주제로 모인 잠재지지자 분들에게 전화모금을 진행했고, 이후에는 청년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수강생, 집회와 시위의 자유, 공익소송 등 총 7가지 주제로 전화모금을 진행했어요. 그 중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 같은 주제들은 회원가입으로 연결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모든 활동 주제에서 회원 전환률이 평균 10%가 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전체 13,000명에게 전화 시도를 했고, 그 중에 통화가 연결된 사람이 무려 10,000명이었습니다.
저는 1만 여명과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분들은 이제 구체적으로 참여연대의 이름과 활동을 정확하게 기억하게 된 분들이고, 앞으로 우리 활동을 지켜봐 주실 든든한 잠재지지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성주 : 이 정도면 올해 굉장히 좋은 성과가 나온 것이고, 활동가들이 직접 전화모금에 참여를 해주셨기 때문에 단체 내부에서도 평가가 좋았을 것 같아요. 내부에서는 올해 진행한 잠재후원자 기반 모금에 대해서 어떤 평가들을 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이계정 : 저희는 계속 이야기한 것처럼, 참여연대를 지지하는 시민들을 찾고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접근을 했어요. 잠재지지자 육성 과정을 ‘리드젠 사업’이라고 내부에서는 불러요. 그런데 이 소통 과정을 하려면 적어도 6개월은 내다보고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 세팅이 되어야 우리가 연락처만 모으는게 아니라 우리 활동을 제대로 알릴 수 있지 않냐, 하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 왔어요.
그렇지만 실행을 해야 하는 활동가 입장에서는 당장 내일 기자회견이 급하고, 캠페인 페이지 여는 게 급하고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전체 조직이 리드젠 사업을 하진 않고 일부 부서가 진행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리드젠 사업을 지속했던 부서에서 성과를 내고 내부에서도 계속 회자가 되다보니까, 앞으로는 이걸 조직적으로 중심 사업으로 설정하고 가져가려고 하고 있어요.
돌아보면 저희가 리드젠 사업을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결정할 수 있었던 계기는 ‘코로나19’였어요. 경제적 사정 등으로 참여연대 회원가입이 줄어들고, 참여연대 활동이 언론에 적게 보도되거나 보도되더라도 회원가입으로 연결되는 수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을 겪으면서, 절실하게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죠. 그래서 그동안 잘 쌓아왔던 잠재지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화 모금 요청을 해야한다는 게 설득이 됐고, 2년 동안 논의를 통해 결정을 했어요.
그런 공감대 안에서 전체 간사들이 이 작업에 참여를 했는데, 전화모금에 참여한 활동가 30명 중에 대부분은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전화를 해보니 활동을 잘한다고 응원도 해주고, 회원가입까지 진행을 해주시니까, 활동가들도 보람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 이제는 잠재후원자 모금의 중요성이 조직 안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이 된 것 같아요.
본질은 진정성 있는 소통과 관계 형성
김자유 : 잠재후원자 모금이 크게 봤을 때는 새로운 잠재후원자를 발굴하는 것과, 이들을 후원자로 만드는 것, 두 가지 파트가 있는 것 같아요. 여기 계신 분들은 그 과정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겪어보신 분들인데, 특별히 신경써야 할 디테일들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송정윤 : 저는 모금 관점 보다는 홍보 관점에서 공부를 하고 실험도 해왔는데요. 처음에는 어떤 채널을 운영해서 사람들을 끌어올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엔 ‘메세지와 콘텐츠의 차별점을 어떻게 만들까’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인권은 항시 논쟁적인 영역이라서 저희가
보내는 메시지를 한쪽에서는 너무 속 시원하다고 하지만, 한쪽에서는 너무 과하다고 하는 상황이거든요. 학습이 더 필요한 사람도 있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공감이 안되는 분들도 있는데, 결국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해야 후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기존에는 주로 학습에 방점을 찍고 말을 걸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자기 일처럼 공감하게 할까’를 풀어야 해요. 사실을 알려주고 재미를 조금 부여해주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인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길어올려주고 그걸 통해서 잠재후원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전에 갖고 있던 언어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리브랜딩도 진행을 하고 있어요. 2024년이 저희에게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는 시기가 될 것 같아요.
이계정 : 저도 똑같은 이야기를 많이 해요. 왜 내가 이 활동을 하는지, 이 활동을 왜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은지, 정리를 계속 시도하자고 해요. 그게 정리가 되면 어려운 일이 있어도 방향을 찾게 되더라고요.
저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좌충우돌하면서 진행을 해보니까, 다른 분들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해 봐라’는 이야기 외에 할 게 없더라고요. 어려우면 우선 리드를 모으고 이메일을 보내 보고, 과정을 하나씩 밟다 보면 감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매뉴얼을 아무리 자세히 제시해도 해보지 않으면 감이 안 오는데, 매뉴얼만 보고 복잡해보인다고 포기하는 경우도 오히려 있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두려움이 있었는데, 결국엔 차근차근 하나씩 해보니까 진행이 되더라고요.
박혜민 : 저도 너무 공감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저희처럼 작은 조직은 리소스가 부족하니까 한 번에 다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모금을 하는 캠페인도 1년에 한 번 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가치에 동의하고 함께 할 리드 그룹을 모으는 것은 그냥 저희가 매일매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누구나데이터에서 ‘잠재후원자를 잘 모으셨네요’라고 이야기해 주기 전까지는 그게 잠재후원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와 함께하는 ‘캐스팅 매니저’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비영리 조직에게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우리 가치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 일이잖아요.
작은 조직이 결국 변화의 과정을 만들어 가려면 꼭 모금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같이 하는 사람들을 설득해 나가고, 동의하는 수준을 높여 나가는 게 일이고, 그 과정에서 후원을 제안해 볼 수도 있지만, 이분들이 후원을 안 하더라도 뭔가 참여할 수 있게 계속 호명해주고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본질로 이해하는 것이 그 조직의 문화이기도 한 것 같고요. 그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장지은 : 저도 너무 공감해요. 잠재후원자 모금은 기부를 안 하더라도 개인을 사회운동에 참여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저희의 활동에 참여해주신 분들이 저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잠재후원자와 소통할 때 정보성 내용 중심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참여해줘서 고마워, 너 정말 멋지다’, ‘우리 행동으로 이미 많은 게 변화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너가 필요해’ 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요. 잠재후원자들의 행동이 가진 의미와 그것이 만들어줄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해주고 있어요.
환경문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기도 하고, 갈 수록 문제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회의감과 허무함을 갖지 않도록, 우리의 행동에 대한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실 수 있도록요. 긍정적인 경험을 해야 행동이 지속될 수 있어요. 한 분 한 분의 참여가 모이고 지속된다면 가속이 붙어서 별 관심 없던 사람에게까지도 확산이 되고 사회를 변화시켜요. 결국 우리의 미션과 비전을 실현하는 일이고 그 여정을 함께 할 내 편을 만드는 일이에요. 잠재후원자를 내 편으로 설득하고 접점을 늘리기 위해 이분들이 좋아할 만한 소식이나 참여할 만한 캠페인을 소개드리고, 어떨 때는 오프라인 전시와 같은 이벤트에 초대하기도 해요.
잠재후원자 모금이 처음인 조직을 위한 조언
김자유 : 정리하는 차원에서 제가 마지막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이 책이 나오면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잠재후원자 모금을 시도해 보기로 결심하고 다양한 고민을 하실 텐데, 그분들은 대부분 작은 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이겠죠. 그분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지은 : 초반에도 말씀드렸지만 결국에는 작은 규모의 단체에서 비용이 적게 들면서 효율적으로 후원자 모집을 함과 동시에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지자를 모을 수 있는 채널이 잠재후원자 모금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개인정보 정책이 강화되고 디지털 공간에서 데이터 활용이 제한되면서, 온라인으로 시민과 상호 작용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요. 이런 외부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고유하게 모은 잠재후원자 리스트는 고관여인 타겟에게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며, 굉장히 중요한 온라인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꼭 후원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리 단체의 활동을 안정적으로 알리고 확산할 수 있는 든든한 자산이 바로 잠재후원자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활동에 관심을 가질 만한 분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이들을 우리 단체로 모으는 일부터 시작하시길 추천합니다. 첫 시도하는 단계에서 리드 수집 캠페인에 너무 공들여서 기획하고 실행하기보다는 가볍고 빠르게 실행하고 우리 단체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시길 바래요.
송정윤 : 저의 경험이긴 한데, ‘어차피 처음 시도를 하면 실패하게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너무 처음부터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해보시면 좋겠고요. 실패하게 되더라도 무조건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시도를 하면서 우리 단체가 어떤 걸 바꿔야 될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학습 과정이기 때문에, 빨리 시도를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또 하나는 너무 인력이 부족해서 나랑 동료 한 명 정도가 같이 있는 정도 상황이라면, 내 동료가 이 활동에 대해서 같이 이해를 해 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잠재후원자 모금 활동에 대해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의 비판적 이야기는 흘려들으면서, 2~3년 동안은 동료와 함께 꾸준히 시도를 해 보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박혜민 : 저는 처음 잠재후원자 기반 모금을 시도하는 분들이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조직에게 후원을 하진 않잖아요. 잠재후원자만 실컷 모은다고 후원이 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어떻게 커뮤니티를 만들고, 우리가 함께 하는 삶을 어떻게 두텁게 만들지, 우리가 어떤 동료나 관계로서 가져가야 할지 설정하고 나면, 후원은 그게 잘 됐을 때 가져갈 수 있는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되고 나면, 실제로 후원을 요청할 때는 오히려 철저하게 고객 관점으로 생각하면서, 구매전환율 같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거든요. 후원이라는 행동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에는 본질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본질을 잘 하기 위한 커뮤니티를 키워간다는 관점으로 시작하면 좋겠고요. 그렇지 않으면 잠재후원자 모금을 쭉 실행하고 나서도 공허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계정 : 저는 중요한 건 우리 단체에 대한 스스로의 자신감인 것 같아요. 내가 활동하는 단체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시민 분들에게도 활동을 참여하고 지지해달라고 요청을 할 수 있고, 소통하면서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실행 단계로 들어가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동료라고 생각하거든요. 꼭 그 동료를 단체 내부에서만 찾지 않아도 되고, 주변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동료로 꼭 만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비영리단체가 1~2명이 다양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고 해결 방법을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을 외부 네트워킹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필요하다면 누구나데이터처럼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 전문가 그룹과 적극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김자유 : 오늘 소중한 경험 나누어주셔서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잠재후원자 모금을 실행하고 있는 분들에게 물었습니다. “잠재후원자 모금 말고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참여한 패널분들은 한 목소리로 잠재후원자 모금이 가장 효율이 좋고 검증된 방법이라고 답했습니다. 어려워지는 모금 환경 속에서 왜 잠재후원자 모금을 추천하는지, 잠재후원자와 소통할 때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현장전문가 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봅니다.
좌담회 참석자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송정윤 (인권재단 사람 콘텐츠팀장), 이계정 (참여연대 시민소통국장), 장지은 (서울환경연합 시민참여팀장), 백성주 (누구나데이터 고객성공팀장),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 : 오늘 시간을 내주시고, 선뜻 책 출판에 대해서도 동의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처음 잠재후원자모금포럼을 시작할 때부터 책을 발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모금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 맞는 모금 바이블 도서가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이미 현장에서 그런 지식들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을 모셨기 때문에, 생생한 이야기들을 기대합니다. 사례 발표 이후에 각자 성장하거나 새롭게 시도해본 부분들을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계정 참여연대 시민소통국장 : 오늘 쟁쟁한 분들이 모이셔서, 제가 먼저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잠재후원자 모금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저는 참여연대에서 충분히 경험했고, 조직 내부에도 ‘잠재지지자를 확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잠재후원자 모금이 과연 10년 뒤에도 유효한 방법일까요? 몇 년간 잠재후원자 데이터를 모으고 전화모금을 해서 큰 성과를 경험했는데, 앞으로도 이 방법이 계속 유효할지, 혹시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지 제가 고민이 되어 먼저 여쭤봅니다.
김자유 : 요즘 AI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10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하면 안 될 것 같지만(웃음)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매체는 계속 바뀌어 왔잖아요. 그에 따른 방법론은 달라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잠재후원자를 육성하고 그들에게 요청을 잘 해야 한다는 사실은 불변하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20년 전에도 정답이었고 지금도 정답인데, 여전히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들이 너무 많죠.
지금 시점에 ‘잠재후원자 모금’이 재해석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제 디지털 시대가 됐잖아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온라인에서 잠재후원자를 찾고 관리하는 일을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어요. 과거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이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겁니다. 그래서 저는 디지털 시대의 모금이란 결국 잠재후원자 모금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잠재후원자 모금을 추천하는 이유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 뉴웨이즈는 창립한지 얼마 안 된 작은 팀이라, 잠재후원자 모금을 알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저희가 다음 주에 연말 후원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주 내내 많이 이야기를 나눈 건 지지자 그룹인 뉴웨이즈 빌더 분들이 올해를 어떻게 보내고 있고, 빌더 분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같이 하자고 설득해야 될까를 가장 많이 이야기 나눴어요. 예를 들어 내년에 총선이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관심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잖아요. 그럴 때 뉴웨이즈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이나 감정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어떤 마음으로 소통해야 참여의 허들을 낮출까? 늘 이렇게 고민하며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요.
‘1년에 딱 한 번씩 디지털 방식으로 지지자 그룹을 꾸준히 모아서 그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고 설득한다’는 전략은 저희에게는 계속 유효할 수밖에 없는데, 커뮤니케이션 매체나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고 당연히 전제를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지지자들의 경험, 감정, 관계는 쉴 새 없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메일 한 번 보내면 후원을 감사하게도 많이 해 주셨지만, 지금은 또 달라질 수 있는거죠. 작년에는 뉴웨이즈가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해 주신 분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고 최근에 뉴웨이즈를 알게 된 분들도 많고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할까 생각을 하면서, 경험과 관계를 먼저 선택하고 매체와 방식은 그 다음에 선택하는 식으로 뉴웨이즈는 하고 있습니다.
장지은 서울환경연합 시민참여팀장 : 올해 서울환경연합은 디지털 모금 캠페인을 시도해봤어요. 디지털 광고나 콘텐츠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바로 후원요청하는 방식의 캠페인인데, 확실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더라고요. 기획도 중요하지만 온라인에서 효율을 잘 내기 위해서는 광고비 예산이 관건인데, 작은 단체는 그만큼의 예산을 투자하기 어려워 모금 경쟁력을 갖기 힘들어요. 잠재후원자 모금이 확실히 비용이 절감되고 굉장히 좋은 방식이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아마 앞으로는 더 많은 단체들이 디지털 모금을 시도하고, 경기는 갈수록 어려워져 온라인에서 바로 후원요청하기가 많이 어려워질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서울환경연합은 잠재후원자 모금만이 돌파구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의 타겟을 더 확장시키고 서울환경연합으로 모이게 할지, 이들의 니즈를 해소하는 모금 명분은 무엇인지, 이메일·전화 이외에 후원요청 채널을 어떻게 다양화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시민들도 후원을 결정할 때 전보다 똑똑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시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같은 규모가 작은 단체는 큰 단체와는 모금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방향으로 요청하는 TV모금, 디지털 모금 등 기존 방식보다는, 작은 단체일수록 우리만의 고객을 찾아 데이터를 쌓고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후원자로 전환시키는 잠재기부자 모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단체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후원 유지율도 상승하고, 잠재후원자와 소통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요.
송정윤 인권재단 사람 콘텐츠팀장 : 저희는 주로 상근자가 1~2명인 작은 인권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이 단체들은 규모는 작아도 토론회도 하고, 백서도 만들고 활동을 정말 많이 해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행사에 참석하거나 발간물을 보는 분들이 활동에 가장 관심이 있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리드 수집을 하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 못하는 게 현실인 것 같아요.
이미 관계가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을 넘어서, 우리 단체를 지지해줄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고, 그 사람들의 가치관과 잘 맞는 장을 열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는 관점의 전환부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점만 바뀌면 요즘은 자동화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많은 단체들이 충분히 잠재후원자 모금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최근에 인권센터 설립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면서, 어떤 가치를 심어줘야 사람들이 여기에 후원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그럴 때 제일 먼저 기댈 수 있는 것은 기존에 저희 소식을 받고 있었던 잠재후원자들일 수 밖에 없거든요. 이전에 후원은 안 하셨지만 메일을 최근에 열어보셨던 분들, 혹은 일시후원이라도 한번 참여해보셨던 분들, 이런 분들의 정보가 굉장히 중요했고 실제로 모금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자원이 됐기 때문에 저희는 앞으로도 잠재후원자 모금을 더 확대하고, 전략적으로 공부도 하면서 진행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계정 : 저희는 올해 1년 동안 잠재후원자 기반 전화모금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큰 성과를 경험했어요. 올해 총 7가지 활동 주제로 지지자 분들을 찾고 전화모금으로 회원가입 안내를 요청드렸는데, 각각의 주제로 전화캠페인을 하기 전에 ‘이 주제는 안 될거야’라는 불안함도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진행을 하면 할 때마다 계속 그 전의 성과를 넘어서는 경험을 했어요.
저희 스스로도 너무 놀랐는데, 이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출발점이 있더라고요. 앞에서 다른 분들이 말씀해 주신 바로 그 내용입니다. 우리 활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우리가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마음을 담아 잘 알려드리고, 지지자 분들에게 여러분들이 우리와 같이 활동해나가는 동반자이니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힘을 달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저희가 아카데미느티나무 수강생분들 대상으로도 전화모금을 진행했어요. 이분들은 참여연대 회원이 되면 30% 수강 할인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원가입을 안 했던 분들이에요. 그래서 전화로 회원가입을 요청드린다고 해서 회원가입을 얼마나 해주실까? 싶었거든요. 저희가 ‘참여연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좀 더 해결해 나가는 활동을 하는 곳이고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는 곳입니다’라고 요청을 했을 때, 본인들이 공부하는 이유와 참여연대의 활동이 연결되면서 많은 분들이 후원을 결심해 주시더라고요. 전화모금을 진행하면서, 잠재지지자 분들이 세상을 바꾸는 참여연대 활동에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가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백성주 누구나데이터 고객성공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일을 할 때 후원하는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1년 반 동안 질적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그 질적 연구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후원하는 후원자분들이 후원을 시작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통계에서 시작이 됐었습니다.
1년 반 동안 질적연구를 해봤더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활동을 하면서 가치관이 바뀌고, 교육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자녀와 관계가 좋아져서 사교육비를 필요 이상으로 지출할 필요가 없어져서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내용 중에서 놀라운 것이, ‘그렇게 변화될 수 있게 큰 영향을 준 게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연말 모금 편지'를 꼽으셨어요.
왜냐하면 모금 편지에 우리가 할 일들이 가장 구체적으로 담겨 있잖아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어려움은 무엇이고,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는 간절한 요청들이 잘 담겨있는 것이 모금 편지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 편지를 통한 초대의 과정에서 성장과 변화를 했다고 답변을 하신거죠.
모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제가 깨달았어요. 우리가 굉장히 좋은 활동을 많이 하는데, 이걸 전문가의 언어라든가 우리 활동가의 언어, 모금이 필요한 어떤 주체의 언어로 계속 설명을 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그래야 그쪽에서도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고 참여를 하는 데 더 큰 동력이 되는구나라는 걸 분명하게 알게 됐죠.
잠재후원자와 소통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백성주 : 제가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10년 넘게 제가 모금 현장에서 애쓰면서 배운 모범 답안들이 뉴웨이즈의 모금 캠페인에 다 들어가 있어서 놀라웠어요. 혹시 잠재후원자모금포럼 강의 이후에 뉴웨이즈에서 진행한 모금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혜민 : 저희가 작년 초에 첫 후원 캠페인을 하고 누구나데이터에서 강의를 했고, 이제 세 번째 모금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첫 모금 때는 정말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신장개업 효과도 있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첫 번째 모금 캠페인을 할 때는 저와 민해님이라는 2명의 멤버가 있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서, 멤버들이 잠재후원자와 쌓았던 라포에 기반해서 ‘우리 신뢰하지?’라고 설득하는 것이었어요. 무엇을 앞으로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우리가 계속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라고 설득하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그 이후에 조직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어요. 지방선거가 끝나고, 2명이서 고군분투했던 프로젝트 형식의 비영리임의단체에서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사람들을 다시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창립총회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종류의 성장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지 처음 선보이는 시간을 가졌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번 모금에서는 이전처럼 ‘우리를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우리는 이런 세계를 만들기로 결심했으니 이걸 같이 만들자’고 제안하는 언어를 쓰자고 이야기를 했죠.
저희는 잠재후원자라는 말보다는 ‘커뮤니티’라는 말을 쓰는데, 후원자가 후원자를 데려오고 설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커뮤니티 안에서 명확하게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그것이 굉장히 자랑할 만한 경험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랑하기 좋은 언어나 환경을 저희가 만들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첫 모금 캠페인 이후로 가장 중요했던 변화는 저희가 더 이상 후원자라고 부르지 않고 ‘뉴웨이즈 빌더’라고 부르게 된 부분이에요. ‘빌더’라는 말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후원자 분들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우리 무슨 관계 같아요?’, ‘후원자들이 모여 있으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요?’ 이런 것부터 ‘내가 친구들에게 뉴웨이즈를 알리기 위해 가장 좋은 매체는 무엇이에요?’, ‘어떤 정보들을 받아보고 싶으세요?’ 이런 것들을 다 물어봤어요.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좋은 브랜드와의 팬덤 관계 같다는 이야기도 하고, ‘우리는 관계성이 조금 나란히 옆에 서 있네’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2022년도에는 빌더라는 정체성을 사랑하게 만드는 데 좀 집중을 했어요. 빌더 분들에게 ‘이제부터 여러분들이 빌더에요’라고 계속 불러드렸고요. 인스타그램에 ‘뉴웨이즈 빌더’ 계정도 따로 만들었어요. 빌더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각각의 개인들이 뉴웨이즈를 왜 후원하는지, ‘나는 정치가 이거라고 생각해서 뉴웨이즈를 후원하고 있어’ 하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어요. 저희가 커뮤니케이션 파트에서 항상 고민하는 게 ‘빌더 분들의 언어를 먼저 쓰자’는 것이거든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우리와 같이 하는 그룹이니까, 이 사람들의 언어로 말하고, 이 사람들의 얼굴로 설득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걸 보면서 서로가 ‘이 사람도 빌더야? 멋있다’, ‘이런 멋진 커뮤니티에 있다니 자랑스러운데?’, ‘뉴웨이즈 후원하는 사람들은 다 멋지네!’라고 느끼게 하고, 그렇게 느끼게 되면 또 자연스럽게 내가 빌더인 것을 공유하게 되잖아요.
올해 어디 발표하는 자리에 가게되면, 수줍게 빌더 양말을 보여주시면서 ‘저 빌더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꼭 있었어요. 뉴웨이즈는 개발팀이나 같이 일하는 외주 파트너 분들도 빌더들이 많거든요. 파트너를 소개 받을 때도 ‘그분도 빌더에요’ 이렇게 연결되는 경우도 많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이 연결되는 걸 보면서 작년에 그렇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장지은 : 서울환경연합이 올해 새롭게 시도를 한 부분을 말씀드리면, 저희가 올해 초에 <불편클럽> 이라는 일시후원과 시민참여가 결합된 캠페인을 기획했어요. 행사 부스에서 시민들을 만나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챙기고 매번 실천하는 게 어렵지”, “지인들과 함께 있을 때 아무래도 불편하지”라고 많이 말씀하세요. 몇몇 분들은 외로움을 느끼시기도 하지만 결국엔 “그래도 해야지”라고 하시거든요.
이렇게 지구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 자신의 불편함을 ‘즐기는’ 사람들을 <불편클럽>이라는 커뮤니티로 모이게 해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캠페인 내용과 연결된 갖고 싶은 ‘리워드’를 제작해 새로운 잠재후원자를 유입시키기 위해 기획한 캠페인이예요. 이 캠페인의 주요한 목표는 기존의 잠재후원자를 제외한 새로운 리드를 수집하고, 캠페인 전체 참여자의 15% 이상을 정기후원자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초기에 최대한 새로운 참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참여 명분과 동기부여를 어떻게 줄 것인지, 리드가 ‘의미있는 행동’을 하게끔 독려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리의 영향을 벗어난 오프라인에서도 참여자가 즐겁게 실천할 수 있도록 키트와 터치 포인트들에 어떤 넛지 효과를 활용할지도 고민했고요. 키트는 봉투, 목표수행 종이, 스티커, 북마크 자석 등으로 구성하고, 우리 어렸을 때 붙였던 포도나무 칭찬 스티커처럼 실천 후 스티커를 붙임으로써 결과물이 완성되게끔 디자인을 했어요. 그리고 원래 해빗 트래커 종이도 컨셉에 맞춰 디자인 됐었는데, 모두 제거하고 참여자가 직접 스티커를 붙여 나만의 DIY 트래커로 꾸밀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추가했어요.
후원요청 메시지도 불편함을 실천해 본 사람들에게 허무한 감정을 주지 않도록 개인의 참여로 바꿀 수 있는 영역과 후원을 통해 바꿀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하고, 서울환경연합의 역할을 정의해 주는 방향으로 잡았어요.
결과는 다행히 신규 잠재후원자가 전체 캠페인 참여자의 70% 이상이었어요. 그리고 확실히 기존 시민참여 캠페인이나 서명참여, 보고서 다운로드를 한 잠재후원자보다 후원전환율도 높았고요. 확실히 여러 주차 동안 캠페인에 같이 참여하면서, 저희가 보내는 메세지들도 계속 받아보셨던 분들이니까, 전화로 후원요청을 했을 때도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확실히 소액이지만 일시후원도 해보시고 나니까 정기후원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서, 향후에는 이렇게 소액이라도 일시후원도 경험할 수 있는 캠페인이나 행사들을 기획해보려고 합니다.
이계정 : 말씀해주신 것에 이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단체마다 리드를 육성하는 방식은 다 다른 것 같아요. 서울환경연합이나 뉴웨이즈의 방식은 정말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캠페인 여정 안에서 참여자들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마련해주는 캠페인들이죠.
그런데, 저희가 막상 기획을 하려고 하면 공이 많이 들고 기획도 굉장히 꼼꼼하게 해야 해서, 어려운 부분들도 있더라고요. 저희가 올해 전화 소통을 하면서 확인한 것은 온라인 서명이 생각보다 엄청 큰 액션이라고 느꼈어요. 처음에는 온라인 서명은 쉽게 참여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전화를 해보니까 내가 무슨 서명을 했는지 거의 기억을 다 하시더라고요. 그에 반해 오프라인 서명자들은 내가 참여한 서명을 기억 못 하시는 경우가 오히려 많았어요.
장지은 : 맞아요. 저희도 시민참여 캠페인에 집중하는 건 효율이 가장 좋았기 때문인 건데, 단체 활동 영역에서 큰 이슈가 터졌을 때는 서명도 우리의 적극적 지지자를 모을 수 있는 방식이 되거든요. 최근에 환경 정책들이 퇴보하는 일들이 많고, 사람들이 많이 화가 나 있는 상황이예요. 이때에는 서명으로 많은 분들을 우리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이분들에게는 빠르게 소통을 하면 좋겠다고 해서 열심히 서명 참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저도 잠재후원자모금포럼 강의 이후에 서울환경연합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많은데, 모금 관련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어떤 걸 챙겨야 하는지, 몇 명이서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질문을 하시는데 사실 저도 질문을 받으면 딱 뭐라고 답변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저희도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그냥 해왔을 뿐인데(웃음), 잠재후원자 모금의 전반적인 과정을 듣자마자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큰 고민이에요. 저희도 지금 담당자나 예산이 여전히 많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판단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 같아요. 이제 시작하는 단체에서는 우리의 타겟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고 그들을 많이 모으는 것, 리드 수집을 최우선적으로 실행하고 여기에 집중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계정 : 참여연대 사례를 듣고도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강의를 하다 보면, 저희는 쭉 과정을 경험한 다음에 결과를 보여드리는 거니까, 결과만 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엄두가 안 난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저도 뉴웨이즈나 서울환경연합 사례를 보면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통으로 한 번에 접하면 엄두가 안 나는 것 같아요. 차분하게 한 단계 한 단계 하다 보면 어느새 되어있는 모습을 발견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잠재후원자 모금할 때 유의할 점
박혜민 : 다른 단체에서 뉴웨이즈랑 유사하게 모금 캠페인을 하시는 경우를 볼 때가 있거든요. 뉴웨이즈처럼 해도 성과가 안 나온다, 이렇게 얘기하실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제가 드리는 얘기는 ‘저희가 진행하는 캠페인 방식은 뉴웨이즈라는 단체의 본질, 코어에서 나온 건데 그걸 형식만 똑같이 한다고 되기가 어렵다’고 말씀을 드리죠. 예를 들면 팬덤 관계나 이름 붙이기의 경우에도 그 형식만 가져가면 안 먹힐 확률이 높겠죠.
그래서 잠재후원자 모금으로 강의를 하면 꼭 말씀드리는 것이, 우리 단체 활동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할 건지, 무엇을 할 건지’를 조직에서 명확하게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본질이 먼저고, 그것과 연결된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설정해야지, 방식만 보고 일단 해볼까? 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말씀드려요.
장지은 : 사실 저희도 후원회원 네이밍을 만들려고 시도를 해봤는데, 잘 안됐거든요. 단체마다 적용을 해도 똑같은 결과가 안 나오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처음 잠재후원자 모금을 할 때 기존에 안정적인 채널들도 가져가면서 저희 단체에 맞는 캠페인 방식을 계속 찾았고, 그 과정에서 발전되고 여러 시도 끝에 성과를 낼 수 있었어요.
송정윤 : 너무 공감이 되서 한마디 보태면, 홈페이지에 폼을 띄우고 리드를 수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그 리드로부터 어떻게 성과를 만드는 지는 알려주는 곳이 잘 없어요. 물 위에 떠있는 백조는 보이는데 수면 아래서 백조의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잘 안 보이는 거죠. 저희도 성소수자 응원 캠페인을 하면서 리드 수집을 1,500명을 했는데, 그 다음 단계를 아무것도 정해놓지 못했었어요. 이분들과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보내고, 캠페인과 잘 맞는 후원 제안을 했어야 했는데 당시엔 거기까진 여력이 없었죠. 나중에 캠페인 다 끝나고 후원요청을 해보니 ‘생각보다 후원으로 전환이 잘 안 되네’ 하면서 그때 가서야 발견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작업을 모두 수동으로 하는 건 정말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어려운 것 같아서 올해는 기술적인 개선을 했어요. 잠재후원자를 어디서 만났고, 이분이 무슨 콘텐츠를 봤고, 어떤 캠페인에 후원했는지 등 이력이 시스템에 자동으로 기록되도록 구축했어요. 모금 캠페인 기획시 이런 자료를 참고하여 더 나은 요청을 할 수 있어요. 모금팀은 후원자 데이터만 보고, 컨텐츠팀은 구독자 데이터만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걸 통합한 거죠.
조직에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1년에 4개 캠페인을 하는데 잠재후원자만 모으고 후원 요청은 못할 것 같으면, 과감하게 캠페인 갯수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캠페인을 시작할 때부터 이분들에게 몇 차례의 레터를 보내고, 언제 전화를 해서 얼만큼의 비율로 후원을 달성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이 계획을 잘 실행하는 게 내년의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하는 모금 고민
박혜민 : 저희는 올해는 총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모금 캠페인을 곧 진행할 예정인데, 처음으로 캠페인 슬로건을 잡아 봤어요. 그게 ‘LOVE POLITICS’, ‘정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인데, 이번 캠페인의 가장 큰 목표는 뉴웨이즈가 이번 총선을 어떤 메시지로 돌파할 것인지 알리는 것이에요.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까 후원해주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메시지와 태도로 총선을 돌파할지 조직의 미션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설정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기존에는 정기후원만 목표를 세웠었는데, 캠페인을 더 확장하는 방식으로 일시후원을 적극적으로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걸 체감하고 있고, 저희 후원자 분들이 대부분 20~30대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까 일시후원도 이번 캠페인의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저희가 연말 후원 캠페인을 보면 2021년도는 ‘뉴웨이즈를 도와주세요’였고, 2022년도는 ‘이렇게 할게요’ 였어요. 2023년은 우리가 약속대로 세계관을 다 그렸고, 뉴웨이즈만의 태도로 총선을 돌파해 나갈 것이다, 그 메시지의 핵심은 ‘정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메시지를 함께 확산하자, ‘이 메시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이 커뮤니티에 더 많은 사람들을 데려와야 우리가 세운 세계관을 구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진행하려고 해요. 그래서 굿즈도 이전에는 캠페인이 다 끝나고 보내드렸었는데, 이번에는 주별로 배송을 진행해서 빌더 분들이 굿즈를 활용해서 우리의 메시지를 확산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하고, 더 메시지를 퍼뜨리는 방식으로 구상을 하고 있어요.
백성주 : 참여연대도 올해 전화모금 강의를 해 주셨을 때, 2개 정도의 주제로 전화모금을 진행하고, 올해 계속 다른 주제로도 모금을 진행오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성과나 내용이 어떠셨는지 공유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계정 : 저희가 올해 4월까지는 대통령실 이전 의혹, 공공병원 확충, 검찰보고서를 주제로 모인 잠재지지자 분들에게 전화모금을 진행했고, 이후에는 청년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수강생, 집회와 시위의 자유, 공익소송 등 총 7가지 주제로 전화모금을 진행했어요. 그 중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 같은 주제들은 회원가입으로 연결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모든 활동 주제에서 회원 전환률이 평균 10%가 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전체 13,000명에게 전화 시도를 했고, 그 중에 통화가 연결된 사람이 무려 10,000명이었습니다.
저는 1만 여명과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분들은 이제 구체적으로 참여연대의 이름과 활동을 정확하게 기억하게 된 분들이고, 앞으로 우리 활동을 지켜봐 주실 든든한 잠재지지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성주 : 이 정도면 올해 굉장히 좋은 성과가 나온 것이고, 활동가들이 직접 전화모금에 참여를 해주셨기 때문에 단체 내부에서도 평가가 좋았을 것 같아요. 내부에서는 올해 진행한 잠재후원자 기반 모금에 대해서 어떤 평가들을 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이계정 : 저희는 계속 이야기한 것처럼, 참여연대를 지지하는 시민들을 찾고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접근을 했어요. 잠재지지자 육성 과정을 ‘리드젠 사업’이라고 내부에서는 불러요. 그런데 이 소통 과정을 하려면 적어도 6개월은 내다보고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 세팅이 되어야 우리가 연락처만 모으는게 아니라 우리 활동을 제대로 알릴 수 있지 않냐, 하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 왔어요.
그렇지만 실행을 해야 하는 활동가 입장에서는 당장 내일 기자회견이 급하고, 캠페인 페이지 여는 게 급하고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전체 조직이 리드젠 사업을 하진 않고 일부 부서가 진행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리드젠 사업을 지속했던 부서에서 성과를 내고 내부에서도 계속 회자가 되다보니까, 앞으로는 이걸 조직적으로 중심 사업으로 설정하고 가져가려고 하고 있어요.
돌아보면 저희가 리드젠 사업을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결정할 수 있었던 계기는 ‘코로나19’였어요. 경제적 사정 등으로 참여연대 회원가입이 줄어들고, 참여연대 활동이 언론에 적게 보도되거나 보도되더라도 회원가입으로 연결되는 수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을 겪으면서, 절실하게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죠. 그래서 그동안 잘 쌓아왔던 잠재지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화 모금 요청을 해야한다는 게 설득이 됐고, 2년 동안 논의를 통해 결정을 했어요.
그런 공감대 안에서 전체 간사들이 이 작업에 참여를 했는데, 전화모금에 참여한 활동가 30명 중에 대부분은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전화를 해보니 활동을 잘한다고 응원도 해주고, 회원가입까지 진행을 해주시니까, 활동가들도 보람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 이제는 잠재후원자 모금의 중요성이 조직 안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이 된 것 같아요.
본질은 진정성 있는 소통과 관계 형성
김자유 : 잠재후원자 모금이 크게 봤을 때는 새로운 잠재후원자를 발굴하는 것과, 이들을 후원자로 만드는 것, 두 가지 파트가 있는 것 같아요. 여기 계신 분들은 그 과정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겪어보신 분들인데, 특별히 신경써야 할 디테일들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송정윤 : 저는 모금 관점 보다는 홍보 관점에서 공부를 하고 실험도 해왔는데요. 처음에는 어떤 채널을 운영해서 사람들을 끌어올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엔 ‘메세지와 콘텐츠의 차별점을 어떻게 만들까’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인권은 항시 논쟁적인 영역이라서 저희가
보내는 메시지를 한쪽에서는 너무 속 시원하다고 하지만, 한쪽에서는 너무 과하다고 하는 상황이거든요. 학습이 더 필요한 사람도 있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공감이 안되는 분들도 있는데, 결국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해야 후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기존에는 주로 학습에 방점을 찍고 말을 걸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자기 일처럼 공감하게 할까’를 풀어야 해요. 사실을 알려주고 재미를 조금 부여해주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인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길어올려주고 그걸 통해서 잠재후원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전에 갖고 있던 언어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리브랜딩도 진행을 하고 있어요. 2024년이 저희에게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는 시기가 될 것 같아요.
이계정 : 저도 똑같은 이야기를 많이 해요. 왜 내가 이 활동을 하는지, 이 활동을 왜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은지, 정리를 계속 시도하자고 해요. 그게 정리가 되면 어려운 일이 있어도 방향을 찾게 되더라고요.
저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좌충우돌하면서 진행을 해보니까, 다른 분들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해 봐라’는 이야기 외에 할 게 없더라고요. 어려우면 우선 리드를 모으고 이메일을 보내 보고, 과정을 하나씩 밟다 보면 감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매뉴얼을 아무리 자세히 제시해도 해보지 않으면 감이 안 오는데, 매뉴얼만 보고 복잡해보인다고 포기하는 경우도 오히려 있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두려움이 있었는데, 결국엔 차근차근 하나씩 해보니까 진행이 되더라고요.
박혜민 : 저도 너무 공감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저희처럼 작은 조직은 리소스가 부족하니까 한 번에 다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모금을 하는 캠페인도 1년에 한 번 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가치에 동의하고 함께 할 리드 그룹을 모으는 것은 그냥 저희가 매일매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누구나데이터에서 ‘잠재후원자를 잘 모으셨네요’라고 이야기해 주기 전까지는 그게 잠재후원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와 함께하는 ‘캐스팅 매니저’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비영리 조직에게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우리 가치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 일이잖아요.
작은 조직이 결국 변화의 과정을 만들어 가려면 꼭 모금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같이 하는 사람들을 설득해 나가고, 동의하는 수준을 높여 나가는 게 일이고, 그 과정에서 후원을 제안해 볼 수도 있지만, 이분들이 후원을 안 하더라도 뭔가 참여할 수 있게 계속 호명해주고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본질로 이해하는 것이 그 조직의 문화이기도 한 것 같고요. 그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장지은 : 저도 너무 공감해요. 잠재후원자 모금은 기부를 안 하더라도 개인을 사회운동에 참여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저희의 활동에 참여해주신 분들이 저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잠재후원자와 소통할 때 정보성 내용 중심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참여해줘서 고마워, 너 정말 멋지다’, ‘우리 행동으로 이미 많은 게 변화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너가 필요해’ 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요. 잠재후원자들의 행동이 가진 의미와 그것이 만들어줄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해주고 있어요.
환경문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기도 하고, 갈 수록 문제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회의감과 허무함을 갖지 않도록, 우리의 행동에 대한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실 수 있도록요. 긍정적인 경험을 해야 행동이 지속될 수 있어요. 한 분 한 분의 참여가 모이고 지속된다면 가속이 붙어서 별 관심 없던 사람에게까지도 확산이 되고 사회를 변화시켜요. 결국 우리의 미션과 비전을 실현하는 일이고 그 여정을 함께 할 내 편을 만드는 일이에요. 잠재후원자를 내 편으로 설득하고 접점을 늘리기 위해 이분들이 좋아할 만한 소식이나 참여할 만한 캠페인을 소개드리고, 어떨 때는 오프라인 전시와 같은 이벤트에 초대하기도 해요.
잠재후원자 모금이 처음인 조직을 위한 조언
김자유 : 정리하는 차원에서 제가 마지막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이 책이 나오면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잠재후원자 모금을 시도해 보기로 결심하고 다양한 고민을 하실 텐데, 그분들은 대부분 작은 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이겠죠. 그분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지은 : 초반에도 말씀드렸지만 결국에는 작은 규모의 단체에서 비용이 적게 들면서 효율적으로 후원자 모집을 함과 동시에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지자를 모을 수 있는 채널이 잠재후원자 모금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개인정보 정책이 강화되고 디지털 공간에서 데이터 활용이 제한되면서, 온라인으로 시민과 상호 작용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요. 이런 외부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고유하게 모은 잠재후원자 리스트는 고관여인 타겟에게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며, 굉장히 중요한 온라인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꼭 후원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리 단체의 활동을 안정적으로 알리고 확산할 수 있는 든든한 자산이 바로 잠재후원자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활동에 관심을 가질 만한 분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이들을 우리 단체로 모으는 일부터 시작하시길 추천합니다. 첫 시도하는 단계에서 리드 수집 캠페인에 너무 공들여서 기획하고 실행하기보다는 가볍고 빠르게 실행하고 우리 단체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시길 바래요.
송정윤 : 저의 경험이긴 한데, ‘어차피 처음 시도를 하면 실패하게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너무 처음부터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해보시면 좋겠고요. 실패하게 되더라도 무조건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시도를 하면서 우리 단체가 어떤 걸 바꿔야 될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학습 과정이기 때문에, 빨리 시도를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또 하나는 너무 인력이 부족해서 나랑 동료 한 명 정도가 같이 있는 정도 상황이라면, 내 동료가 이 활동에 대해서 같이 이해를 해 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잠재후원자 모금 활동에 대해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의 비판적 이야기는 흘려들으면서, 2~3년 동안은 동료와 함께 꾸준히 시도를 해 보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박혜민 : 저는 처음 잠재후원자 기반 모금을 시도하는 분들이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조직에게 후원을 하진 않잖아요. 잠재후원자만 실컷 모은다고 후원이 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어떻게 커뮤니티를 만들고, 우리가 함께 하는 삶을 어떻게 두텁게 만들지, 우리가 어떤 동료나 관계로서 가져가야 할지 설정하고 나면, 후원은 그게 잘 됐을 때 가져갈 수 있는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되고 나면, 실제로 후원을 요청할 때는 오히려 철저하게 고객 관점으로 생각하면서, 구매전환율 같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거든요. 후원이라는 행동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에는 본질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본질을 잘 하기 위한 커뮤니티를 키워간다는 관점으로 시작하면 좋겠고요. 그렇지 않으면 잠재후원자 모금을 쭉 실행하고 나서도 공허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계정 : 저는 중요한 건 우리 단체에 대한 스스로의 자신감인 것 같아요. 내가 활동하는 단체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시민 분들에게도 활동을 참여하고 지지해달라고 요청을 할 수 있고, 소통하면서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실행 단계로 들어가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동료라고 생각하거든요. 꼭 그 동료를 단체 내부에서만 찾지 않아도 되고, 주변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동료로 꼭 만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비영리단체가 1~2명이 다양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고 해결 방법을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을 외부 네트워킹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필요하다면 누구나데이터처럼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 전문가 그룹과 적극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김자유 : 오늘 소중한 경험 나누어주셔서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