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모금이 성장하는 조직과 정체된 조직이 있어요.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요? 저는 모금에 대한 오해가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잠재후원자 모금을 이해하려면 이 오해를 해소하고 넘어가야 하는데요, 하나씩 살펴보면서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채집의 시대를 종식하고 씨앗을 심자
모금이 성장하는 조직은 '농사'를 짓듯이 모금을 합니다.
열매를 얻기 위해서 씨앗을 심습니다. 잘 자라도록 양분을 주고 정성껏 돌봅니다. 지금 얻는 열매는 작년에 심은 걸 수확한 것입니다. 지금 심는 씨앗은 내년에 수확하게 될 겁니다. 농경지를 넓혀서 더 많은 작물을 심는 데 투자합니다. 그러면 다음에 열매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년 조금씩 투자하면서 연간 수확량을 늘려갑니다. 한 가지 작물만 심으면 흉년이 올 때 위험하므로 몇 가지 다른 작물도 보험으로 심어둡니다. 기후변화로 매년 폭우가 심해지니 농경지가 침수되지 않도록 보수도 합니다. 씨앗을 1개 심으면 10개의 열매를 얻을 수 있는데 올해 100개를 심었고 그중 80개가 살아남을 것 같으니 내년에 800개의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것은 잠재후원자 기반 모금의 과정이에요. 후원자를 만들기 위해서 잠재후원자를 확보하고 관계를 육성하는 전략을 전개합니다. 모금 담당자는 평소 사업을 진행하며 접촉했던 모든 이들을 잠재적 후원자로 여기고 정성껏 소통합니다. 그리고 이 잠재후원자들이 수 개월 안에 후원자로 전환되는 비율을 지켜보고 이를 토대로 연간 모금액을 예측해봅니다. 들어올 모금액이 충분치 않다고 예측될 경우 잠재후원자를 더 많이 만나는, 즉 씨앗을 심는 활동을 추가로 기획합니다. 이처럼 예측하고 대비하며 모금을 진행합니다.
반면 모금이 정체된 조직은 '채집'에 비유할 수 있어요.
열매를 얻기 위해 야산에 나가서 채집을 합니다. 열매가 필요한 날에 그때그때 나가서 따옵니다. 어디로 가야 열매를 발견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곳저곳 최대한 많이 돌아다닙니다. 내가 원하는 열매만 딸 수가 없고 보이는 대로 땁니다. 어떤 날은 수완이 좋고 어떤 날은 허탕을 칩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온 탓에 열매가 없어서 큰일입니다. 내년에는 비가 더 온다는데 그럼 온전한 열매를 찾기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뾰족한 대비책은 없습니다. 채집량을 유지하려면 옆 동네 산에도 가서 따와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그 일을 맡을 사람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할지 자원활동가를 모집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것은 상당수 소규모 조직의 모금 현실이에요. 모금은 돈이 부족할 때 진행하는 것이라 이번 달 급여와 사업비를 지출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평소에 모금은 화두가 아닙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하거나 회비가 줄어 재정난이 생기면 그때 모금 계획을 세웁니다. 길게는 몇 개월, 짧게는 몇 주 이내에 필요한 돈이기 때문에 빨리 준비할 수 있는 일회성 모금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후원의 밤 행사, 후원 주점, 크라우드 펀딩 등이 대표적이지요. 돈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기획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우리 활동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는 기존 후원자 또는 지인 대상으로 후원을 요청합니다. 돈은 빨리 모이지만 그 풀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정의 금액만 채워지고 다음 해에도 그보다 커지지는 않습니다.
돈에 대한 부정적 감정 4가지
여러분은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모두 숙고해야 할 중요한 이유입니다. 저는 이것이 돈에 대한 부정적 감정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모금에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활동가들을 저는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이 부정적 감정은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거부감 : 모금은 필요하지만 마케팅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상업적인 느낌이 들고 시민을 대상화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돈을 쫓는 것을 자본주의에 종속된 옳지 않은 행동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작은 모금은 괜찮지만, 더 큰 모금, 더 전략적인 모금은 영 내키지 않다고 합니다.
- 부담감 : 지인에게 돈을 달라고 요청하는 일은 정말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하물며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에게 요청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생소한 일입니다. 실제 후원을 요청하면 대다수가 거절합니다. 누군가에게 돈을 부탁하고 거절당하는 것은 극도로 고통스럽고 회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이 부담감으로 인해 우리는 어떻게든 모금을 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합니다. ‘모금이 정말 필요한 상황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지출 내역을 재검토합니다. 사업비를 줄입니다. 급여를 동결합니다. 채용을 보류합니다. 사무실을 축소합니다. 사업의 질이 낮아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돈을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그래도 돈이 필요한 경우 회원들에게 금전적 부담을 떠안기는 쪽보다는 정부나 민간재단의 공모 사업에 지원해서 돈을 조달하는 쪽을 택합니다.
- 따분함 : 조직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직접적인 사업 활동이 우리 일의 요체요, 전부라는 인식입니다. 모금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부수적인 지원 업무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고 하기가 싫습니다. 모금과 회원 관리 업무에 시간을 쏟고 있다 보면 따분하고 회의감이 듭니다.
- 두려움 : 모금에 인력을 배치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부자들의 소중한 후원금을 여기에 써도 되나 망설여집니다. 모금에 주력하는 우리 조직의 모습을 보고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사람들이 비난할까 두렵습니다.
반면 모금이 성장하는 조직은 어떨까요? 이들 조직의 모금 담당자는 전혀 다른 감정을 가지고 일합니다. 다음은 이 책의 사례 파트에 나올 단체들의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긍정적 감정이에요.
- 사명감 : 모금은 활동의 지속가능성과 확장을 위해 중대한 일입니다. 나는 우리 단체가 세상을 더 크게, 더 빨리 바꾸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우리 조직은 이미 숨가쁘게 바쁩니다. 현재 인원만으로는 새로운 일을 추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살기 위해서 해야 할 사업이 아직 많습니다. 고작 돈 몇 푼이 없다고 물러설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우리 뜻을 알고 후원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이므로 필요한 재원을 사회가 공동으로 마련해주어야 마땅합니다. 우리는 당당히 후원을 요청할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위만 내세워서는 설득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우리의 메시지에 주목하도록 만들 책임이 또한 우리에게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나는 모금을 전문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고 싶습니다.
- 뿌듯함 :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을 늘리는 것입니다. 동의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구체적 증거로 모금만큼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모금은 단지 돈을 요구하는 일이 아닙니다. 후원자와 깊이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우리를 유심히 지켜보던 유력한 지지자들이 후원 요청 메시지를 보고 우리 단체의 존재 이유를 선명하게 이해하는 경험을 합니다. 이런 수준의 깊은 상호작용은 평상시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후원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에게 따뜻한 응원의 말과 고마움을 표합니다. 우리에게 한 번도 후원해 본 적 없었던 사람들이 이번 후원을 통해 우리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경험을 합니다. 우리 단체의 간절한 모금 편지를 읽고 후원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고 희망을 지속할 내적 성장을 경험했다고 후원자들이 증언합니다.
- 성취감 : 모금의 원리를 이해하니 무엇을 해야할지 또렷해집니다. 몰랐던 것을 하나씩 적용하면서 달라지는 조직을 보니 막막했던 모금에 자신감이 붙습니다. 후원자가 눈에 띄게 늘고 모금액이 오릅니다. 우리 단체에 내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이제 확실히 알겠습니다.
이런 감정을 경험하면서 효능감 있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모금에 대한 감정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잠재후원자 모금’을 따라하면서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아보세요. 어느새 모금의 체계가 잡히면서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는 나와 우리 조직을 보게 될 거예요.
주변을 둘러보면 모금이 성장하는 조직과 정체된 조직이 있어요.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요? 저는 모금에 대한 오해가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잠재후원자 모금을 이해하려면 이 오해를 해소하고 넘어가야 하는데요, 하나씩 살펴보면서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채집의 시대를 종식하고 씨앗을 심자
모금이 성장하는 조직은 '농사'를 짓듯이 모금을 합니다.
이것은 잠재후원자 기반 모금의 과정이에요. 후원자를 만들기 위해서 잠재후원자를 확보하고 관계를 육성하는 전략을 전개합니다. 모금 담당자는 평소 사업을 진행하며 접촉했던 모든 이들을 잠재적 후원자로 여기고 정성껏 소통합니다. 그리고 이 잠재후원자들이 수 개월 안에 후원자로 전환되는 비율을 지켜보고 이를 토대로 연간 모금액을 예측해봅니다. 들어올 모금액이 충분치 않다고 예측될 경우 잠재후원자를 더 많이 만나는, 즉 씨앗을 심는 활동을 추가로 기획합니다. 이처럼 예측하고 대비하며 모금을 진행합니다.
반면 모금이 정체된 조직은 '채집'에 비유할 수 있어요.
이것은 상당수 소규모 조직의 모금 현실이에요. 모금은 돈이 부족할 때 진행하는 것이라 이번 달 급여와 사업비를 지출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평소에 모금은 화두가 아닙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하거나 회비가 줄어 재정난이 생기면 그때 모금 계획을 세웁니다. 길게는 몇 개월, 짧게는 몇 주 이내에 필요한 돈이기 때문에 빨리 준비할 수 있는 일회성 모금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후원의 밤 행사, 후원 주점, 크라우드 펀딩 등이 대표적이지요. 돈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기획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우리 활동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는 기존 후원자 또는 지인 대상으로 후원을 요청합니다. 돈은 빨리 모이지만 그 풀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정의 금액만 채워지고 다음 해에도 그보다 커지지는 않습니다.
돈에 대한 부정적 감정 4가지
여러분은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모두 숙고해야 할 중요한 이유입니다. 저는 이것이 돈에 대한 부정적 감정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모금에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활동가들을 저는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이 부정적 감정은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면 모금이 성장하는 조직은 어떨까요? 이들 조직의 모금 담당자는 전혀 다른 감정을 가지고 일합니다. 다음은 이 책의 사례 파트에 나올 단체들의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긍정적 감정이에요.
이런 감정을 경험하면서 효능감 있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모금에 대한 감정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잠재후원자 모금’을 따라하면서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아보세요. 어느새 모금의 체계가 잡히면서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는 나와 우리 조직을 보게 될 거예요.